이전에 소개한 티피링크의 AX73 공유기는 무선 속도 AX 5400급으로, 구매 후 반년동안 잘 사용하다가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공유기도 요즘은 성능이 충분해서 위의 공유기를 정리하고 다시 반년이 지났다. 그러던 중 일본 아마존에서 할인하던 공유기를 살펴보다가 AX3000이라는 숫자가 적힌 모델의 가격이 7천엔 대에 등록된 것을 보고 '이게 되나?' 싶어 클릭해봤는데 정말이었다.

위의 모델은 글로벌 시장엔 티피링크가 AX53으로 출시한 제품과 동일한 라인업에 속하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티피링크 일본지사는 이런저런 커스텀 모델도 출시하고 이 JP 모델의 펌웨어도 따로 관리하고 있었다(오히려 과거엔 우리나라 역시 각 기종별 펌웨어가 존재했는데 요즘은 글로벌 EU 제품과 공용 펌웨어를 사용중).

구매내역

일본 아마존이라 스탠다드 배송으로도 금방 도착했던 경험이 있어 해당 옵션을 넣으니 8300엔, 환율과 은행 수수료 등을 따져 실제 빠져나간 돈을 보니 8만 3천원이었다. 배송은 실제로 빨랐는데 4월 15일에 주문 후 4월 19일 집에 도착했다.

가격비교

가격 자체가 홀린듯이 구매할 수 밖에 없었는데 비교를 위해 현재 국내시장에서 유통중인 브랜드 중 친숙한 두 개를 보면 아이피타임은 15만원, 역시나 한국 시장에서 보급형 고급형 가리지 않고 고가정책을 펴는 ASUS는 무려 27만원... ASUS 제품은 AX3000의 경우 직구를 해야 16만원 선이고 이 가격이면 차라리 AX5400 직구가 나은 선택이다. 여하튼 티피링크 Archer AX3000 일본판은 같은 급의 제품 가격이 국내시장 대비 절반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제품 박스

글로벌 출시 제품인 AX53은 일반적인 외장 안테나 제품이라 부피가 큰데 AX3000 일본 버전은 내장 안테나라서 제품 박스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구성품

내부엔 공유기 본품과 받침대(이 받침대를 이용해 스탠드 형식으로 사용하거나 벽에 거치할 수 있다), 전원 어댑터, 랜 케이블 등 특별한 것 없는 기본적인 구성품이 들어있다.

전원 어댑터

혹시나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전원 어댑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일본 전압에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100-240V 인풋이기 때문에 돼지코로 불리는 호환 어댑터만 있으면 바로 사용 가능하다.

내용물

제품 자체가 수직형으로 세워서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것 이외에 특별한 것은 없고 그렇기에 티피링크 일본쪽 홍보 페이지에서도 이 디자인을 먼저 언급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바탕이 된 모델인 AX53처럼 USB 포트는 없고 프로세서는 듀얼 코어라고만 소개되어있는데 IPQ5018일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AX 3000급 공유기는 무선 대역에서 160MHz 채널폭을 지원하기 때문에 가능한 속도를 표기한다. PC에서 사용중인 인텔 AX210 무선 랜카드나 스마트폰이라면 갤럭시 S21 울트라 이상의 모델이 160MHz가 되는데 이게 아닌 기기들은 80MHz의 채널폭을 사용하기 때문에 AX 1800급 공유기보다 최대 속도가 향상되지는 않는다.
가격이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연결되는 기기들 따져보고 효용이 없다면 굳이 구매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속도 측정

통신사의 속도 측정 서비스를 이용해 이용중인 회선 속도 500Mbps 최대치를 확인했지만 공유기의 무선 속도 스펙을 확인하려면 iPerf3 등의 툴을 이용해 유선으로 연결된 PC에서 무선으로 연결된 PC로의 전송속도를 측정하면 된다.
이것을 간단하게 도와주는 아이피타임 벤치 프로그램을 이용해서(측정 도구이기에 꼭 아이피타임 제품이 아니어도 가능) 1Gbps 유선 연결 PC1(192.168.0.2)와 벽과 방문을 거쳐 무선 링크속도 1.7Gbps 정도로 연결된 PC2(192.168.0.3)를 측정한 결과가 바로 위의 스크린샷이다. 약 1분 동안 지속적인 트래픽을 측정한 결과 900Mbps 정도의 속도가 측정되었고 굉장히 준수한 편이다.

이지메시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기존 티피링크의 OneMesh뿐만 아니라 EashMesh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원메시는 다른 브랜드의 메시가 그렇듯 자사 브랜드의 기기만 연결이 가능하고 그마저도 확장기만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지메시는 와이파이 얼라이언스의 표준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같은 브랜드를 포함해 이를 지원하는 타사 공유기도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호환성이 폭넓어졌다(물론 다른 브랜드에서 상업적인 이유로 이지메시를 지원하지 않고 있지만). 하지만 한계도 존재하는데 현재 티피링크 공유기의 이지메시는 무선 백홀만 가능하며 유선으로 백홀을 구성하려면 여전히 데코 라인업 제품을 이용해야한다.

사실 통신사 공유기를 사용하면서도 큰 불편이 없었지만 몇 가지 편의기능은 아쉬웠다. 나의 경우에는 통신사 공유기는 IPTV를 위해 IGMP 관련 기능이 다 켜진 채로 사용자가 변경할 수 없어 미디어 서버에 저장된 영상을 스마트티비로 스트리밍 할 때 모든 트래픽을 공유기가 일단 가로채기 때문에 거실과 안방의 티비를 미디어 서버쪽에서 구분하지 못하고 공유기만 인식해서 각 티비에 맞는 설정을 할 수가 없었다.
반면 Archer AX3000은 위와 같은 문제가 없어 편하고 IPTV가 필요할 때 관련 기능을 설정하면 된다.

총평: 이 시점에서 Archer AX3000 일본 특별판은 8만원이라는 가격대에 대체품이 없는 극강의 가성비 제품.
참고: 일본 특별판이지만 관리자 페이지는 일본어 뿐만 아니라 영어나 한국어로 변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