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필독서라고하는 상실의 시대를 이제서야 읽었다. 워낙에 유명해서 기대를 했는데,
허세가 아니고 역시 난 보통의 베스트셀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인게 맞는 것 같다.

청춘의 연애사가 주요 소재지만 야설을 방불케하는 적나라한 묘사가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그렇다고 그게 싫었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지만, 나는 이 시대의 차시남이기에 심호흡을 한 후 차분히 읽어내려갔다.
드라마의 단골소재이기도 한 삼각관계가 하나 뿐만이 아니라 연속되어 나타나는것이 주된 흐름이다.
거기에 얽힌 주인공들이 때로는 진전을, 아니면 결국엔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도 치닫게 되는데
바로 이러한 과정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바가 큰 것이겠지.

와타나베는 자신의 감정도, 주위의 상황을 좋게 만들어 나가는 것도 아닌 그냥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행동해 나갔다.
나가사와가 와타나베에게 너는 다른사람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어서 좋다, 라고 말한 것은 경고일지도 모른다.
어설픈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쉽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그는 자신만의 판단으로 나오코의 상태를 낙관적으로 보았고, 결정적으로 둘이서라면 뭐든지 잘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오코는 아직 준비가 안되었던 것이다.
나오코에게 와타나베는 기즈키와 자신을 이어주는 매개체였는데, - 이를테면 삼각형의 세 변과 같은.
기즈키가 죽고 와타나베가 새로운 연인이 되어버리면서 찾아온 깊은 혼란과 상처를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나오코가 기즈키를 따라 자살하고, 와타나베는 깔끔히 자신을 정리하지 못한채 미도리에게 돌아가지만
그는 두 명의 죽음이 만들어낸 커다란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게 된 것이다.
왠지 나는 그게 고소했다.